|
[심사총평]
지난 화요일인 11월 16일엔 11월 12일부터 시작하여 5일간에 걸쳐 펼쳐졌던 2010 대전독립영화제가 그 막을 내렸습니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된 폐막식은 총 34편에 이르는 ‘일반대학 본선 경쟁 부문’과 12편이 경합을 벌인 ‘청소년 본선 경쟁(제12회 대전 청소년 영상제)’에 대한 시상식을 위주로 진행 되었고 2007년 제 1회 대전독립영화제에 이어 개최하게 된 청소년 부문의 최우수 작품상에는 현재 동아마이스터고에 재학 중인 ‘이범희’ 학생이 연출한 <그리다>가 선정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가진 극도의 이기심이 같은 인간에게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추악한 일면으로 작동하는 현실과 이를 방관하거나 묵인하는 비겁하고 나약한 인간존재의 행동을 학교라는 시공간속에서 스릴러라는 기존 장르영화의 특성과 외피를 빌려와 그려내는데 있어 심사위원 및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고루 호평을 받아내었습니다. 이어 우수작품상에는 부여전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홍성진’ 학생의 <충청기행, 한산의 모시문화>가 차지했습니다. 이 작품은 사라져가는 지역의 전통문화에 눈길을 돌려 이에 대해 다른 이들과 공유하려 함으로서 지역에 사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고향의 전통문화에 대해 자각해나가는 연출가의 태도와 접근방식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이끌어 냈습니다. 영화제 상영당시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향후 지역에 대한 애정을 담은 지속적인 영상작업을 당부 받을 정도로 대전충남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제의 취지와도 부합된다는 평을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다소 알아가는 정보를 종합하는 식의 정보성 영상취재물적인 형식이 다큐멘터리적인 태도나 시각을 담보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는 평도 덧 붙여졌습니다. 장려상은 충남 연기군 성남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지현’ 학생의 <반달>에게 돌아갔습니다. 어느 날 사고로 인해 지적장애를 갖게 된 여고생이 주위의 편견과 따돌림 속에서 그런 일반의 그들에게 이별을 통해 친구라는 존재에 대한 의미와 가치, 타인에 대한 소통과 배려라는 일종의 깨우침을 주고 떠나간다는 내용이 자연스럽고 무리 없이 소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투표로 결정되어지는 인기상에는 대전우송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선유’ 학생의 연출작 <하늘을 나는 꿈>이 차지했습니다. 오로지 학업의 성취도로만 학생에 대한 가치와 평가가 매겨지는 현실 속에서 기타를 통해 음악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세상과 소통하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는 다소 정제되지 못한 거친 호흡과 이야기 구조와 진행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통한 소통이라는 관점과 일반계 학교에서 녹록치 않았을 창작환경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열정하나로 영상창작에 임했을 영화창작동아리 학생들의 노고가 화면에 배어있다는 관객들의 나름 소중한 평가를 이끌어 냈기에 관객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얻게 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대전독립영화제의 메인 섹션이라 할 수 있는 일반대학 본선 경쟁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한 <휴일>은 태안기름유출사고 이후 삶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민들의 모습을 황량하고 스산한 흑백화면 속에 담아낸 초저예산 장편영화입니다. 총제작비 1600만원으로 장장 93분에 이르는 장편영화를 만들어낸 ‘김진무’ 감독은 비록 정면으로 태안기름유출사고의 후유증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사고이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지역의 정서를 침잠해 들어가는 흑백의 화면 속에 절절히 담아내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심사위원들로부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평가를 이끌어냈습니다.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최수지’ 감독의 <도마 위에 오른 어머니>는 요리 도중 실수인지 고의인지 모를 사고를 당한 어머니를 가족 법정위에 세운 가족구성원들의 무한 이기주의를 통해 가족 안에서 조차 자신들 만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가족 구성원을 타자화 시키고 소외와 소통블능의 대상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씁쓸한 부조리극의 형태로 형상화하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각기 장려상을 수상한 ‘김완식’ 감독의 <데크레센도>와 ‘이병헌’ 감독의 <냄새는 난다>는 모두 안정적인 완성도 보다는 독립단편영화로서 시도해 봄직한 실험성과 전위성을 담보하고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냈습니다. <데크레센도>는 연극적인 이미지와 시공간 구성으로 정형화되고 흔해진 플래쉬 백 효과를 실험적으로 돌파해내는 과감성과 삶과 죽음, 종교적 원죄라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의식을 영상으로 표현해내려는 시도 등이 좋은 평가를 이끌어 냈습니다. <냄새는 난다>는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상처가 현실에서 어떠한 작동기재로 인간간의 사이를 벌려놓고 파탄내는 지를 여자 주인공의 히스테릭한 연기와 그로테스크한 어둠의 공간을 통해 밀도있게 구축하고 표현하려 한 점이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 밖에도 올해부터 공식적인 시상분야로 자리매김한 심사위원특별언급엔 ‘주재훈’ 감독의 씁쓸하면서도 처연하게 독특하다 표현해도 좋을 폭력성과 그 폭력의 속성을 성장영화의 틀에서 표현한 <빨간다리>가 선정되었으며 관객투표로 이루어지는 인기상에는 밤거리에 대한 권리를 빼앗긴 한국여성들의 비극적인 처지를 살인마에게 유괴 당 할 뻔한 여고생이 시달리는 트라우마와 스릴러적인 장르 영화의 외피로 그려낸 최현영 감독의 <그후...>에 돌아갔습니다. 지금까지의 수상작에 대한 언급에서 알 수 있듯 이번 2010대전독립영화제는 실로 다양한 관점과 내용, 메시지가 공존했던 지역의 독립영화축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으셨을 겁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영상매체에 대한 접근성과 숙련도가 높아진 상황을 장편과 중편의 뚜렸한 증가에서 찾아 볼 수 있었으며 과감하게 장르영화의 외피를 빌려오고 실험적 내러티브나 철학적 주제를 담아내려는 시도 등 다종다양한 지점의 시도들이 엿보이는 장이었습니다. 부디 이러한 시도와 노력들이 2011년에도 그리고 그 앞의 시간들 속에서도 꾸준히 살아남아 전진하며 대전충남독립영화진영이 지역과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영상문화발전을 견인하는 그 날까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럼 이제 대전독립영화제는 2011년에서 여러분과의 만남을 간절히 고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모두에게 Good Luck~!!!
- 2010 대전독립영화제 총괄 프로그래머 민병훈 -
(#. 본 심사총평은 각 심사위원들의 심사에 대한 의견을 종합하여 총괄 프로그래머가 작성하였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이점 양해바랍니다.)
| 
